컴활 실기 시험을 본 날, 시험 보기 전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카페인 충전을 하러 편의점으로 갔다.
주변에 저렴이 카페가 없었기에 그냥 편의점에서 편의점 커피나 사 먹기 위해 상공회의소 빌딩 1층에 있던 세븐일레븐에 들렸다.
편의점에서는 아이스 커피를 마시려면 컵 사이즈를 플라스틱 얼음컵으로 골라서 계산대로 가서 결제를 하면 된다.
평소엔 GS25, CU만 가다가 세븐일레븐에 가니 신기한 컵이 있어서 바로 그 컵으로 골랐다.
바로 에코 얼음컵이라는 종이 얼음컵이었다.
생각보다 만듦새도 좋고 튼튼했고, 무엇보다 '에코'라는 글자 때문에 뭔가 이 컵을 사면 지구에 도움이 될 것 같은 느낌에 이 컵을 선택한 것 같다.
실제로 이 얼음이 들어있는 종이컵으로 뜨거운 커피를 내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서 먹어봤는데 플라스틱컵은 바로 결로가 생겨 물이 흥건해지고 컵 두께가 얇아서 그런지 컵홀더 없이 맨손으로 잡기엔 손이 시렸는데, 이 종이컵은 두꺼워서 손도 안 시리고 결로도 생기지 않았다.
이 에코얼음컵의 가격은 600원으로 플라스틱컵보다도 저렴했다.
찾아보니 세븐일레븐은 '친환경 얼음컵 운영 정책'이라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친환경 컵을 주기적으로 선보이고 있었다.
지금 이 에코 종이컵은 그 정책의 3세대 모델이다.
최초로 2018년 7월 유통업계 최초로 일회용 얼음컵의 재활용을 위해 완전 무지 형태의 투명 얼음컵으로 변경했고, 그 다음은 2020년 11월 재활용 등급이 더욱 우수한 PET-A수지 소재로 변경했었다.
이 종이 얼음컵은 FSC인증(환경, 경제, 사회적 측면의 10가지 지속가능한 산림관리 원칙에 따라 환경 보전을 위한 책임있는 관리를 통해 수확된 임산물로 만들어진 종이, 상품 등에 부여되는 국제인증제도)을 받은 종이를 사용했다.
또한 친환경 코팅(솔 코트, sole coat) 기술을 더해 합성수지 사용량을 줄이고 탄산칼슘을 배합하여 탄소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 했다.
세븐일레븐은 "100% 천연펄프에 친환경 코팅이 더해져 종이 재활용 분리배출이 가능하며 재활용률은 92%에 달한다"라고 말한다.
보통 종이컵의 내부 코팅제는 PE(폴리에틸렌)로 실제 2015년 기준 1년간 국내에서 사용된 일회용 종이컵은 166억 개인데, 여기에 들어간 플라스틱 양만 약 6,000톤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솔 코트 처리 원단을 사용하면 일반 종이컵과 같은 방식으로 가공할 수 있어 생산 원가도 같다.
이런 변화는 확실히 좋은 변화이다.
플라스틱을 줄이고 탄소배출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대기업들이 먼저 바꿔줘야 세상이 더 빨리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커피가 대중화가 되면서 카페들이 전국, 전 세계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나조차도 출근하면 아메리카노를 마셔줘야 비로소 잠이 깨고 일을 잘할 수 있다.
카페인 중독도 문제지만 나는 이 아메리카노를 따라 마시는 컵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종이컵부터 시작해서 플라스틱 카페 take-out 얼음컵, 플라스틱 텀블러, 리유저블컵, 스테인리스 텀블러 등 정말 많은 컵을 우리는 소비하고 있다.
생일선물로 스타벅스 텀블러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
적당히 고급지고 가격도 적당한데 스타벅스 음료 쿠폰까지 들어있으니 금상첨화이다.
나도 집에 스타벅스 텀블러가 3개나 있다. 다른 브랜드 것까지 합치면 5개는 된다.
이 중에서 내가 직접 구매한 것은 하나 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어디에서 선물로 받거나 사은품으로 받은 것들이다.
자 이제 생각해 보자.
과연 이 텀블러들, 종이컵이 아무리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플라스틱을 줄였다고 해서 정말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걸까?
당연히 그냥 계속 쓰던 재활용도 어려운 플라스틱컵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텀블러나 앞에서 말한 에코얼음컵을 사용하면 뉴스에서 떠드는 것처럼 연간 탄소배출량 몇만 톤 줄이는 게 맞을 것이다. 단 내가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것보다.
사실 지구에게 제일 좋은 건, 그냥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종이컵을 쓰지 않는 것, 텀블러를 쓰지 않는 것 더 나아가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이 지구에 훨씬 더 도움이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양을 쫓는 모험>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아니야, 그런 문제가 아니야. 무슨 뜻이냐 하면 생명을 만들어내는 일이 정말로 옳은 일인지 어떤지, 그걸 잘 모르겠다는 거야. 아이들이 성장하고, 세대가 교체되고,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지? 산을 더 허물어서 바다를 메우고, 더 빨리 달리는 차가 발명되고 더 많은 고양이가 치여 죽어. 그뿐 아니겠어?"
반출생주의(anti natalism)는 인간 또는 유정적 존재의 출생에 부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철학적 관점이자 사회 운동이다.
반출생주의자는 인간의 출생 또는 생식을 도덕적으로 나쁜 행위로 인식하여 이를 거부하고 반대하며, 대안으로 입양을 권장하기도 한다.
정말 지구를 돕고 싶다면 당장 나부터 죽어야 한다. 사람들을 죽게 만들어야 한다.
영화 <킹스맨>에서 나오는 빌런 '리치먼드 발렌타인'은 가이아 이론 신봉자인데, 이 가이아 이론은 지구상의 생명체를 세포로 보고, 지구 자체를 생물로 본다.
지구 자연환경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존재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질병에 해당되고, 지구상에서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특정 개체군은 암세포로 간주할 수 있다.
그 암세포가 가이아이론에선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리치몬드 밸런타인도 인류를 극단적으로 줄여 탄소 배출량을 직접 줄이겠다는 야망을 가진 사람이다.
플라스틱컵을 재활용하는 것보다는 플라스틱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극단적인 결론이 아니다.
나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커피를 마시고, 배달을 시키진 않았으면 좋겠다.
지구를 살리려는 수많은 노력들에 힘이 돼주고 투표를 할 때에도 조금이라도 환경을 생각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
소상공인들이나 기업들도 이벤트의 일환으로 리유저블 텀블러나 에코백, 플라스틱 백 같은 사은품을 주기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쓸데없이 버려지는 이런 1회성 상품들이 정말 많다.
우리 집에도 당장 쓰지 않는 에코백, 텀블러가 많은 것처럼 전 세계에서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세븐일레븐의 에코얼음컵에서 여기까지 생각이 들었다.
나부터 실천해 보자.
모든 건 작은 한걸음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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