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

5년 7개월의 응급실 간호사 근무를 마무리 하며.

동꾸 2024. 9. 26. 13:03
반응형

19년 3월 4일 간호학과를 졸업해 처음으로 대학병원 응급실 간호사로 출근한 첫 날이다.

낯선 사람들, 병원 냄새, 빳빳한 근무복 모든 게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우리 병원은 간호학과에 있었을 때부터 "지옥"이라는 별명이 있었을 정도로, 많이 태우고, 힘든 병원이었다.

역시 첫날부터 약 1년까지 정말 힘들었다.

출근시간보다 1시간 일찍 병원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전날 배웠던 걸 공부했고,

30분 일찍 응급실로 올라가 물품갯수를 세는 카운팅을 했다.

카운팅을 일찍 끝내야 인계를 제시간에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늦어도 위아래로 훑는 무서운 눈빛과 짜증나는 말투로 뭐가 없냐는 질문이 이어진다.

하루하루 알아야 할게 늘어나 내가 잘 하고 있는건지 잘못하고 있는게 아닌지 몰랐다.

선배들은 일도 바쁜데 나를 알려줘야하니까 짜증난다는 식으로 내가 잘못한게 있으면 알려주곤 했다.

그러다보니 나는 자연스레 눈치를 보며 소심한 신규간호사가 되어갔고 내 자신감은 바닥을 쳤다.

그 와중에 의사들은 잘 간호를 하지 못하는 간호사에게 핀잔과 호통을 치기 바빴다.

바쁘고 위험한 응급실 환경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며 일은 한다는 건 어려운일이다.

하지만 직장이라는 곳은 누군가는 그만두고, 또 누군가는 새로 와야만하는 곳이다.

그런데 바쁘다는 핑계로 처음 들어온 신규 간호사에게 핀잔과 짜증, 화를 내며 알려주는 우리나라의 방식은 너무나도 저급하다.

우리 응급실 선배들은 1년동안 나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

친절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분명한건 차갑고 짜증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2년차 간호사가 되고, 또 신규가 들어오고, 내가 할 줄 아는게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그런 취급은 사라졌지만,

내 마음 속에는 응어리처럼 아직 남아있다.

5년이 지난 이후에도 웃으며 그 차갑고 짜증만 내던 선생님들께는 환하게 웃으며 인사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불편한 감정들이 아직은 남아있다.

 

간호법?

간호법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PA들이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하는 법이라나 뭐라나.

나는 한국 간호사이지만 한국 간호사 집단이 싫다.

이기적인 그들은, 다른 직종과의 상생을 거부하고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기 바쁘다.

간호협회비를 5년 동안 냈지만, 내면서도 이분들은 정말 한국 간호사들을 위해 일을 하는걸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한다.

우리병원의 수선생님, 팀장님 급들은 간호사를 배려하지 않는다.

어느 한 곳에 치중되어 편파적인 정치를 일삼고, 감정으로 사람을 이리저리 돌리고, 자신의 인사에만 집중한다.

의사들에겐 찍소리 못내면서 후배 간호사들에겐 온갖 화와 짜증을 내며 갑질을 한다.

변하지 않을 것이다.이건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이 생기고 나서부터 계속해서 쌓아온, 한국만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그래서 떠나려고 한다.

적어도 기회가 있을 때 다른 나라는 어떤지 겪어보고 싶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