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식을 낳아 키울 생각이 아직은 없다.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들뿐더러 세상은 계속해서 나빠지기만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플라스틱, 석유, 방사능 등으로 인해 지구는 점점 병들고 있다.
누구는 2100년이 되면 지구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고이 돼버린다고 말한다.
그런 세상에서 내 아이를 살아가게 할 수 없다...
아이는 자기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순전히 부모의 욕심때문에 태어난 것일 텐데 힘든 세상을 살아가야만 한다.
나는 약간 허무주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사는 세상은 밝게 좋은 세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내가 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세상은 좋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가치관과 같은 맥락으로 반려동물 또한 키우고 싶지 않았다.
회사에 나가서 돈을 벌어야 밥도 먹고 여러 생필품도 살 수 있는데 그럴려면 집을 비워야 한다.
집에 혼자 덩그러니 9~10시간 이상을 두는 건 강아지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다.
집에 돌아와서 내가 쉬는 시간을 내서 잠깐 산책을 시켜주고 나서 밥먹고 청소하고 뭣 좀 하다 보면 잘 시간이 온다.
퇴근하고 나서 나만의 시간도 가지고 게임이나 영화 시청 등 다음날 또 일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해야하는데 그런 시간도 적어진다.
나는 단순히 이렇게 생각했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나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고, 반려동물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던 중 나는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 행복한 연애기간을 가지고 어느새 결혼을 약속하고 같이 살게 되었다.
우리는 전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고 둘 다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유기견 보호 센터에 꼭 가보자고 말을 하곤 했었다.
그래서 쉬는 날 유기견 보호 센터에 가보게 되었고 지금의 반려견 '소금이'를 만나게 되었다.
약 1달 전 처음 만난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치 소금이는 우리가 자신을 선택할 것을 아는 것처럼 우리 곁에 와서 배를 까고 애교를 부렸다.
눈치 보는 눈빛과 살짝 겁먹은 듯한 움직임도 느껴졌다.
소심한 성격과 밝은 흰색 빛의 스피츠 믹스견 소금이는 우리 허망남녀의 성격과도 닮아 보였다.
성격과 외형 모두 맘에 들어 입양을 결정하고 그날 바로 집에 데려왔다.
차를 타고 집에 오는 동안 소금이는 뭐가 불안한지 낑낑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자기가 파양당할 때마다 차를 타고 왔었을 소금이는 차 안에 있으면 버려지는 건 줄 알았나 보다.
소금이 가 우리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너 안 버려, 우리랑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거야.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계속 낑낑대고 불안해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소금이는 아파트 거실 구석에 앉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 후로 산책도 꼭 하루 2번 이상시켜주고 사료도 열심히 챙겨주었다.
소금이는 실외배변만 했기 때문에 집에서 똥오줌 냄새가 나지 않고, 패드를 치우지 않아서 좋다.
처음엔 실외배변 때문에 꼭 밖에 나가야 해서 귀찮고 실내에서 좀 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새벽 2시에 날 깨워서 배변하러 밖에 산책하러 나가기도 했다) 지금은 오히려 집이 깨끗해서 좋다.
신기한 게 소금 이를 키우기 전에는 산책을 나가는 게 내 시간을 할애해서 쉬는 시간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청 힘든 일일 줄 알았는데, 음 힘든일은 맞는데 그렇게 귀찮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했다.
내 자식을 낳아 키우는 것도 그렇게 느껴질까, 이상하게 우리 소금이를 위해서라면 산책도 귀찮을법한데 매일 나가게 된다.
오히려 산책을 나가서 똥을 싸지 않으면 그날은 불안하다.
소금이 가 변비가 걸리는 것은 아닐까, 몸이 어디 안 좋은 것은 아닐까, 밥을 많이 안 줬나 등 걱정이 많아진다.
또 재밌는 점이, 우리는 소금이의 분리불안 걱정만 했는데 알고 보니 보호자가 소금 이를 놓고 집에 나오면 보호자 자신이 소금이 가 걱정이 되어서 분리불안이 생긴다ㅋㅋㅋ
그래서 홈 cctv도 장만했다.
정작 소금이는 집 안에서 아무도 없어도 잠도 잘 자고 노즈워크도 열심히 한다. 잘 있다.
이제 소금 이를 입양한 지 1달 정도 되었다.
소금이 가 없는 집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벌써 우리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았나 보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소금이 와 집 안에서 노는 법도 터득했다.
(소금이는 아직은 인형이나 공을 던지면 물고 돌아오는 놀이를 하지 못한다. 오히려 공을 무서워한다..ㅋㅋㅋ)
산책은 아직 줄을 팽팽하게 뻗대는 게 많지만 하네스 말고 목줄로 변경하고 산책훈련을 반복하다 보니 조~금은 나아졌다.
밖에서 강아지가 산책할 때 보호자 옆에서 조신하게 걷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큰 책임이 필요한 일이다.
밥, 산책을 챙겨야 하는 건 기본이고, 계속 교육을 신경 써야 하고, 어디가 아픈 건 아닌지 관찰도 잘해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반려견을 통해 얻는 기쁨과 행복도 크다.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나쁜 일이든 기쁜 일이든 항상 우리 셋이 함께할 거라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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